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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명편(漢詩名篇)

이백·두보·왕유·도연명 등 · 애송 한시

천 년을 두고 애송되어 온 한시의 명편을 가려 뽑았다. 이백·두보·왕유·맹호연·도연명 등의 절창을 원문·번역·감상으로 — 짧은 몇 구절에 담긴 그리움·이별·은일·우국의 정서를 만난다.

정야사정야사(靜夜思) — 이백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침상 앞 밝은 달빛, 땅 위의 서리인가 하였네. 고개 들어 밝은 달 바라보고,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 달빛에 실은 향수 — 가장 널리 사랑받는 이백의 오언절구. 쉬운 말로 깊은 그리움을 담았다.

춘망춘망(春望) — 두보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그대로요, 성에 봄이 드니 초목이 우거졌네. 시절을 느껴 꽃에도 눈물 뿌리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놀란다.

💡 안사의 난으로 폐허가 된 장안에서 지은 우국의 시. 무심한 봄 풍경과 시대의 비애가 대비된다.

위성곡위성곡(渭城曲) — 왕유

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 적시니, 객사의 버들빛이 새파랗게 새롭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한 잔 술 더 비우게,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벗이 없으리니.

💡 벗을 서역으로 떠나보내는 이별시. ‘권군갱진일배주(勸君更盡一杯酒)’는 이별 술자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춘효춘효(春曉) — 맹호연

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

봄잠에 날 밝는 줄 모르니, 곳곳에 새 우는 소리. 간밤에 비바람 소리 들리더니, 꽃은 얼마나 졌을까.

💡 봄날 아침의 나른함과 스러지는 꽃에 대한 애틋함을 담박하게 그린 명편.

등관작루등관작루(登鸛雀樓) — 왕지환

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밝은 해는 산에 기대어 지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든다. 천 리 먼 곳까지 다 보려거든, 다시 한 층 더 올라가라.

💡 더 넓게 보려면 한 걸음 더 나아가라 — 진취와 향상의 상징이 된 절구. ‘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

음주음주(飮酒) 제5수 — 도연명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

사람 사는 곳에 오두막 지었으되, 수레와 말의 시끄러움이 없네. 어찌 그럴 수 있냐 묻는다면, 마음이 머니 땅도 절로 외지다오.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네.

💡 벼슬을 버리고 전원에 은거한 도연명의 대표작.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은 은일(隱逸)의 이상경(理想境).

칠보시칠보시(七步詩) — 조식

煮豆燃豆萁, 豆在釜中泣.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콩을 삶으려 콩깍지를 태우니,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디 한 뿌리에서 났건만, 어찌 이리 급히 볶아대는가.

💡 형 조비의 핍박에 일곱 걸음 안에 지었다는 시. 골육상잔의 비정함을 콩과 콩깍지에 빗댔다.

등고등고(登高) — 두보

風急天高猿嘯哀, 渚淸沙白鳥飛回. 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

바람 급하고 하늘 높아 잔나비 울음 애달프고, 물가 맑고 모래 흰데 새가 빙빙 돈다. 가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내리고, 다함없는 장강은 굽이굽이 흘러온다.

💡 늙고 병든 몸으로 높이 올라 가을을 바라본 두보 만년의 절창. 웅혼한 풍경에 인생의 무상이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