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무(孫武) · 춘추시대 · 13편
동양 최고(最古)의 병법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不戰而勝)’과 ‘먼저 이겨놓고 싸운다(先勝後戰)’를 핵심으로, 정보·형세·주도권을 강조한다. 전쟁뿐 아니라 경영·협상·인생 전략서로 널리 읽힌다.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 兵者, 詭道也.
전쟁은 나라의 큰일이니, 죽고 사는 땅이요 존망의 길이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 용병이란 속임수(詭道)다.
💡 전쟁은 감정이 아니라 ‘오사칠계(五事七計: 道·天·地·將·法)’로 냉정히 계산해 승산을 따진 뒤 결정한다. 묘산(廟算)에서 이미 승부가 갈린다.
조조는 원소와의 전력차를 냉정히 ‘계산’한 끝에 보급 거점 오소(烏巢)를 기습해 열세에도 대승했다. 시작 전의 셈(묘산)이 곧 승부였다.
아마존·토스 같은 기업은 시장 진입 전 TAM(시장규모)·경쟁·자금소진속도를 먼저 계산하고 들어간다. 손정의는 ‘이길 싸움만 한다’며 승산 없는 전장엔 발을 들이지 않았다. 오사칠계 = 현대의 사업 타당성 검토.
삼국지 적벽 직전, 제갈량과 주유가 각자 손바닥에 ‘火’ 한 글자를 적어 보이며 같은 계책을 확인한다. 싸우기 전 이미 셈이 끝나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명장면.
📌 관련 고사성어
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 兵貴勝, 不貴久.
전쟁은 다소 서툴러도 빠른 것(拙速)은 들었어도, 교묘하게 오래 끄는 것은 본 적이 없다. … 전쟁은 이김을 귀히 여기지, 오래 끎을 귀히 여기지 않는다.
💡 장기전은 국력을 고갈시킨다. 속전속결과 ‘적에게서 식량을 취함(因糧於敵)’으로 비용을 줄여라.
113만 대군의 장기 원정이 보급 붕괴로 자멸했다(612년). ‘교묘하게 오래 끄는 전쟁’은 없다는 것을 국가의 멸망으로 증명한 셈.
스타트업의 ‘번레이트(현금 소진속도)’가 곧 작전편의 군량이다. 닷컴버블 때 수익 없이 오래 버틴 기업들은 줄도산했다. 린 스타트업 = 졸속(拙速)이라도 빠르게 검증.
초한지의 항우는 연전연승하고도 보급과 민심을 잃어 해하에서 무너진다. 빠른 승리보다 ‘질질 끄는 소모’가 독이 된 대표 사례.
📌 관련 고사성어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 知彼知己, 百戰不殆.
백 번 싸워 백 번 이김이 최선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킴이 최선 중의 최선이다.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 최상은 벌모(伐謀: 적의 계략을 침), 그다음 벌교(伐交: 외교), 최하가 공성(攻城). 온전히 이기는 전승(全勝)을 지향한다.
묵자가 초의 송 공격을 말로 막은 일(止楚攻宋). 공수반과의 모의 공방에서 아홉 번을 다 막아내자 초왕이 공격을 단념했다 — 不戰而勝의 원형.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은 표준 선점과 특허, 인수로 ‘싸우기 전에’ 시장을 장악했다. 경쟁사를 인수해 버리는 것(M&A)이야말로 현대판 벌모. 가격전쟁(공성)은 최하책.
삼국지 ‘공성계’ — 제갈량이 텅 빈 성문을 열고 거문고를 타자 사마의가 매복을 의심해 스스로 물러난다. 한 명도 싸우지 않고 적을 돌려보낸 모공의 백미.
📌 관련 고사성어
昔之善戰者, 先爲不可勝, 以待敵之可勝. … 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
옛날 잘 싸우는 자는 먼저 적이 나를 이길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적이 빈틈을 보일 때를 기다렸다. …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겨놓고 싸우며, 지는 군대는 먼저 싸우고 나서 이기려 한다.
💡 승리는 ‘먼저 진다는 조건을 없애는 것(不敗)’에서 시작한다. 방어로 기반을 다지고 결정적 우위를 만든 뒤 움직인다.
한신은 지형과 기습 깃발로 ‘이길 형세’를 먼저 만들어 놓고 결전했다. 승병(勝兵)은 이겨놓고 싸우고, 패병(敗兵)은 싸우고 나서 이기려 한다.
애플은 생태계·브랜드·부품망이라는 ‘해자’를 먼저 쌓고 제품을 낸다. 워런 버핏의 ‘경제적 해자’도 같은 말 — 진입장벽·핵심역량·현금을 선확보한 뒤 시장에 들어간다.
‘이기는 군대는 둑에 막아둔 물을 천 길 골짜기로 터뜨리듯 한다(若決積水於千仞之谿)’ — 형(形)은 한순간이 아니라 미리 쌓아둔 우위다.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 … 激水之疾, 至於漂石者, 勢也.
무릇 싸움은 정(正)으로 맞서고 기(奇)로 이긴다. … 거센 물이 돌을 떠내려가게 하는 것은 기세(勢) 때문이다.
💡 정공과 기습의 변화는 무궁하다. 개인의 용맹이 아니라 ‘기세(勢)’를 만들어 거기에 사람을 태운다.
거록대전(BC207) 항우는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혀(破釜沈舟) 퇴로를 끊자 군의 기세가 폭발, 진의 주력을 격파했다. 세(勢)가 사람을 움직였다.
정공(주력 제품)에 기(奇: 혁신·바이럴 마케팅)를 더하는 것이 기정(奇正). 스포츠의 ‘분위기(모멘텀)’, 테슬라·아이폰 출시의 기세처럼 — 개인기보다 ‘판의 기세’를 설계해 거기에 팀을 태운다.
‘둥근 돌을 천 길 산 위에서 굴리는 것(轉圓石於千仞之山)’ — 손자가 그린 세(勢)의 이미지. 일단 굴러가면 막을 수 없다.
夫兵形象水, 水之形避高而趨下, 兵之形避實而擊虛. … 故善戰者, 致人而不致於人.
용병은 물과 같아서, 물이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흐르듯 군대는 실(實)을 피하고 허(虛)를 친다. … 잘 싸우는 자는 적을 끌어들이되 끌려가지 않는다.
💡 주도권의 장(章). 적의 강한 곳을 피하고 빈 곳을 쳐서, 내가 판을 짜고 적이 따라오게 만든다.
한신은 적의 예상(허)을 찌르고 강을 등진 진으로 주도권을 쥐었다. ‘적을 끌어들이되 끌려가지 않는다(致人而不致於人)’.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의 강점(매장)을 피해 ‘우편 DVD→스트리밍’의 허를 쳤다. 약자의 게릴라 마케팅·틈새시장 전략이 곧 허실 — 강한 곳을 피하고 빈 곳을 친다.
‘군의 형세는 물을 닮아(兵形象水) 정해진 형이 없다.’ 적에 따라 흐름을 바꿔 늘 이기는 자를 손자는 신(神)이라 불렀다.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 兵以詐立, 以利動.
길을 돌아가는 듯하며 이익으로 적을 유인해, 늦게 출발하고도 먼저 도착한다. 이것이 우직지계(迂直之計)다. … 군대는 속임수로 서고 이익으로 움직인다.
💡 돌아가는 길이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기동과 집중으로 결정적 지점에 먼저 도달하라.
손빈은 조나라를 직접 구하지 않고 위의 수도를 쳐(圍魏救趙) 적을 되돌렸고, 감조지계(아궁이 수를 줄여 약졸로 위장)로 방연을 마릉으로 유인해 잡았다.
아마존은 쇼핑이 아니라 ‘인프라(AWS)’로 우회해 클라우드를 장악했다. 정면충돌 대신 인접 시장으로 돌아 들어가 결정적 지점을 선점하는 우직지계(迂直之計).
‘방연이 이 나무 아래에서 죽는다’고 새겨진 나무 밑, 불을 켜 글자를 읽던 방연이 일제 사격을 받고 최후를 맞은 마릉의 밤.
📌 관련 고사성어
智者之慮, 必雜於利害. … 故用兵之法, 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
지혜로운 자는 이로움과 해로움을 함께 고려한다. … 용병의 법은 적이 오지 않으리라 믿지 말고, 내가 대비함이 있음을 믿는 것이다.
💡 원칙에 매이지 말고 상황에 따라 변통하라. 단 장수의 다섯 위험(五危: 필사·필생·분노·청렴·애민의 치우침)을 경계한다.
병력이 없자 제갈량은 ‘성을 비워 여는’ 비상식적 변통으로 사마의를 물러나게 했다. 구변은 정해진 답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변화’.
슬랙은 게임 회사로 시작했다가 사내 메신저로 피벗해 성공했다. 코로나 때 업종을 전환한 가게들처럼 — 원칙 고수보다 ‘이로움과 해로움을 함께 보고(必雜於利害)’ 변통한다.
‘적이 오지 않으리라 믿지 말고, 내가 대비함이 있음을 믿으라(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 — 위기관리의 원형. 다섯 위험(五危)에 치우친 장수는 변통을 그르친다.
令之以文, 齊之以武, 是謂必取.
명령은 문(文: 도리·은혜)으로 하고 통제는 무(武: 군율)로 하면, 반드시 승리를 얻는다.
💡 산·강·습지·평지별 행군법과 적의 30여 가지 징후 관찰법. 병사는 은혜와 군율을 함께 써야 따른다.
흙먼지가 높고 날카로우면 전차가 오고, 새가 날아오르면 매복이 있고, 적의 사신이 저자세면 실은 진격 준비다 — 손자의 적정 관찰술.
경쟁사 채용 공고·특허 출원·고객 이탈 신호를 읽는 것이 현대의 ‘행군 관찰’. 또한 ‘은혜(문)와 군율(무)’의 균형은 그대로 조직관리의 당근·채찍(令之以文, 齊之以武).
‘적이 강을 반쯤 건널 때 쳐라(半渡而擊)’ — 적이 가장 취약한 순간을 노리는 행군의 지혜.
知彼知己, 勝乃不殆; 知天知地, 勝乃可全.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가 위태롭지 않고, 하늘(天時)을 알고 땅(地利)을 알면 승리를 온전히 할 수 있다.
💡 통형·괘형·지형·애형·험형·원형 여섯 지형의 활용. 패배의 여섯 원인(주·이·함·붕·난·배)도 장수의 책임으로 본다.
을지문덕은 청천강의 지형과 물길을 이용해 수의 별동대 30만을 궤멸시켰다(612년). 천시·지리를 아는 자의 ‘온전한 승리(勝乃可全)’.
오프라인의 상권, 온라인의 플랫폼·앱스토어 노출 위치가 현대의 ‘지형’. 좋은 자리를 먼저 잡는 쪽이 유리하다. 패배의 책임을 ‘지형 탓’ 아닌 ‘장수(경영) 탓’으로 보는 관점도 핵심.
‘병사 보기를 어린아이같이 하라(視卒如嬰兒)’ — 그러나 사랑만 있고 군율이 없으면 ‘버릇없는 자식’이 되어 쓸 수 없다.
投之亡地然後存, 陷之死地然後生. … 兵之情主速.
망할 땅에 던져진 뒤에야 살아남고, 사지(死地)에 빠진 뒤에야 산다. … 용병의 정황은 신속함을 주로 한다.
💡 산지·경지·쟁지·교지·구지·중지·비지·위지·사지 아홉 처지별 대응. 사지에서는 결사의 각오가 오히려 살길이 된다.
한신의 배수진과 항우의 파부침주는 모두 ‘사지에 빠뜨려 결사항전을 끌어낸’ 같은 원리. 망할 땅에 던져진 뒤에야 살아남는다(投之亡地然後存).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제품 라인을 대폭 쳐내고 소수에 ‘올인’해 애플을 살렸다. 위기에서 퇴로를 끊고 핵심에 집중하는 결단 — 스포츠 막판 총력전도 같은 심리.
‘처음엔 처녀처럼(은밀), 나중엔 달아나는 토끼처럼(신속)’ 움직여 적이 막을 새가 없게 하라. 부대는 솔연(率然: 머리를 치면 꼬리가 덤비는 뱀)처럼 유기적이어야.
主不可以怒而興師, 將不可以慍而致戰. … 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
군주는 노여움으로 군대를 일으켜선 안 되고, 장수는 성냄으로 싸움을 벌여선 안 된다. … 이롭지 않으면 움직이지 말고, 얻을 게 없으면 쓰지 말며, 위태롭지 않으면 싸우지 말라.
💡 화공 다섯 방법과 조건(기상·시기)을 다루되, 결론은 ‘감정 아닌 이익’으로 전쟁을 결정하라는 절제의 가르침이다.
주유·황개는 고육계(거짓 항복)로 조조 함대에 접근하고, 연환계로 묶인 배들을 바람을 타 불태워 대승했다(208년). 화공은 ‘때(기상·바람)’가 생명.
결정적 타이밍의 ‘올인 베팅’은 강력하지만, 감정(분노·복수심)으로 내린 투자·보복성 의사결정은 화공편이 가장 경계하는 것. ‘이롭지 않으면 움직이지 말라(非利不動)’.
‘성난 것은 다시 기뻐질 수 있으나, 망한 나라는 다시 서지 못하고 죽은 자는 살아오지 못한다.’ — 감정으로 전쟁을 결정하지 말라는 손자의 마지막 경고.
故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也.
현명한 군주와 장수가 움직여 이기고 남보다 뛰어난 성공을 거두는 까닭은 먼저 알기(先知) 때문이다.
💡 정보가 승패를 가른다. 다섯 간첩(因間·內間·反間·死間·生間), 특히 반간(反間)을 가장 중시한다.
조조의 첩자 장간(蔣幹)이 가짜 편지에 속아, 조조가 수군 도독 채모·장윤을 처형하게 만들었다. 적벽의 승부는 ‘정보전(反間計)’에서 이미 기울었다.
시장조사·경쟁사 분석·고객 데이터가 곧 현대의 ‘용간’. 동시에 산업스파이·내부정보 유출 방어도 용간의 영역. 다섯 간첩 중 ‘반간(역정보)’을 가장 중시한 통찰은 지금도 유효.
‘먼저 아는 것(先知)은 귀신에게 빌어 얻는 게 아니라, 반드시 사람에게서 얻는다(取於人).’ — 첩보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